별세하신 피천득 선생님의 인터뷰 중 마음에 남는 말씀들 그리고 유인경 편집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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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님이 포스트를 통해 소개해주셔서 포스트에 링크를 통해 소개해주신 [유인경이 만난 사람]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 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사에 실린  피천득 선생님 말씀 중 인상적인 것들이 많아 포스트 해봅니다.

“부자는 돈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지요. 파리의 개선문은 나폴레옹이 세운 것이지만 그의
것이 아니라 그곳을 거니는 연인들 것이거든요. 꼭 좋은 그림을 소유해야 행복한 것도 아니죠. 기억 속에 넣어두면 됩니다. 좋은
기억은 욕심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지요. 훗날 피천득 선생님 처럼 장수 하기도 힘들겠지만, 그 즈음의 나이에 이르러서 뒤돌아 봤을때 정말 추억이 얼마나 많았는가 하는게 평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살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같네요. 단순히 ‘돈이 다가 아니다’ 같은 메시지가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 나는 추억을 만들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가..

‘아침은 혼자, 점심은 친구와, 저녁은 적과 함께 먹듯 하라’는 서양속담을 지키면 된단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침은 거르고 저녁만 푸짐하게 그것도 1차, 2차 술자리까지 이어지니 배도 나오고 건강도 나빠진다고 걱정했다.

제게 하시는 말씀 같군요 ^^; 아침은 혼자, 귀찮아서 안먹었고, 점심은 친구와, 친구가 없다능? ㅠ,.ㅠ 저녁은 적과 함께, 적도 없다능..혹은 어려운 사람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안하고 있는..

교제관계도 아이 같다. 청탁성 등 이해관계나 명함에 적힌 직함으로 누굴 만나지 않는다. 그저 함께 해서 즐겁고 기쁘다면 그
누구와도 만난다. 국회의장을 지낸 샘터사 발행인 김재순선생과는 첫눈이 내리는 날, 서로 전화해서 알려주는 사이. 30년 전
아버지를 따라 세배왔다가 인연을 맺은 김재순선생의 막내아들 성구씨(샘터 사장)와는 한달에 한번 정도 목욕탕에서 만나 등 밀어주는
사이. 그리고 서울대 영문과 교수 시절의 제자들은 칠순이 넘은 후에도 여전히 선생을 찾아오거나 초대해 점심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서로 전화해서 알려주는 사이, 한달에 한번 정도 목욕탕에서 만나 등 밀어주는 사이..하하 역시 예사롭지 않으세요! 벤치마킹 벤치마킹

“죽어서 천당에 가더라도 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요. 억울한 것도 없고 딱히 남의 가슴 아프게 한 일도 없고…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내
삶과 똑같은 생을 살고 싶어요. 공부하고 가르치고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글로 남기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죠. 그것도 참 염치없는 짓이지만….”

저는 ‘이 사람, 세상에 가치를 주는 일을 하고 갔구나, 이 사람이 있어서 이 세상이 더 살기 좋아졌다’ .. 욕심을 좀 더 내자면 피천득 선생님 처럼 ‘사랑을 하고 갔구나’도 추가하고 싶네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백살이건 백스무살이건, 그 계절이 언제건 피천득 선생은 영원한 오월의 소년이다. 너무 사랑스러워 볼이라도 만져주고 싶은…. – 유인경

최근에 인터넷으로 읽은 기사 중에 가장 퀄리티가 높은 기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입을 통해 나온 말씀들과, 기사를 작성하신 유인경님의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이 잘 어우러진 그런 글이었습니다. 낚시와 떡밥이 난무하는 요즘의 흙탕물 저널리즘에 지쳐있던 제게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 같은 기사였네요. 2년전 기사라는 것이 아쉽지만요.

사진은 권력이다님, 유인경님, 피천득 선생님 감사합니다.
피천득 선생님 가시는길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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