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저희가 진다면, 빌어먹을, 그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최소한 시도는 해 보다 죽는 거니까요

끌리고쏠리고들끓다를 읽다가 정말 멋진 구절을 발견해서 공유차 올립니다.

우선 멋진 구절을 소개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서키는 생존을 위한 3가지 필요조건으로 약속, 도구, 합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그룹활동의 사례, 그리고 강력하고 유연한 조직들에게는 모두 실현 가능해 보이는 약속, 효과적인 도구, 그리고 사용자들과의 수용 가능한 합의가 잘 버무려져 있다

– 출처: 끌리고쏠리고들끓다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합의 부분에서 발생했던 문제에 대한 Digg.com의 케빈로즈의 대처입니다.

Digg.com의 직원들은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합의를 놓고, 유저들과 협상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반란은 DVD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모든 DVD는 사용자가 내용을 복제하지 못하도록 비밀 디지털 암호를 사용하는데, 2007년 초 그 암호가 밝혀졌다. DVD에 대한 디지털 제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Digg.com에 이 비밀 번호를 올리기 시작했고, Digg.com은 DVD 업계의 요청에 따라 이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Digg.com의 권한이었을 뿐 아니라, 사실 법적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Digg.com 유저들은 개의치 않았다. 수천 명의 유저들이 암호가 들어있는 글이나 ’09 F9’로 검색해 암호를 찾는 방법 등으로 온 사이트를 도배했고, 그보다 더 많은 유저들이 Digg.com의 창업자인 케빈로즈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중하게 예의를 갖춘 내용에서 노발대발한 내용까지 다양했지만, 이들의 의견은 간단했다. Digg.com의 기반은 유저 참여라는 것이었다. 첫 페이지 기사를 제안하고, 또 평가도 하고 있던 유저들은 이번에는 첫 페이지에 DVD 암호를 올리는 것을 원하고 있엇다. 그저 법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던 Digg.com 소유주들은 유저들이 별 생각 없이 암호를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Digg.com을 플랫폼으로 선택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유저들에게 일방적 통제력을 행사할 것이냐, 자신들의 합의 의무를 지킬 것이냐 고민하던 Digg.com은 결국 한 발 물러나, 암호를 무제한 올릴 수 있게 허용해 줬다. 케빈 로즈는 새 방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수백 개 기사를 보고, 수천 개 댓글을 읽은 뒤, 명백한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여러분은 Digg.com이 대기업에 숙이고 들어가느니 차라리 싸우다 쓰러지는게 낫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을 기점으로 앞으로는 암호가 들어 있는 글이나 댓글을 삭제하지 않겠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이 되든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만약 저희가 진다면, 빌어먹을, 그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최소한 시도는 해 보다 죽는 거니까요.

…중략…로즈는 자신의 사업 기반이 Digg.com을 돌리는 소프트웨어에 있는 게 아니라, 유저들이 Digg.com, 나아가 로즈 자신과 맺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암묵적 합의에 있음을 깨닫고, 자기 스스로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 출처: 끌리고쏠리고들끓다

소비자와의 암묵적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일이 왕왕 발생하는 이 때에 한 번쯤 읽어봐야 할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저 상황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쉽지 않은 일이지만.저도 “그 결과는 무엇이 되든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만약 저희가 진다면, 빌어먹을, 그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최소한 시도는 해 보다 죽는 거니까요.” 라고 얘기 할 수 있는 서비스 운영자가 되고 싶습니다.

9 comments

  1. 정말 어려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한국에서 저런 결정을 내린다면 결과가 너무 뻔할 것 같아 한숨부터 나오는 것 같습니다.

    1. 어디 한국 뿐이겠습니까 ^^ 제도,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것은 어디에서나 어렵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더 상황이 안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Digg.com이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어떤면에서는 희망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 ㅎㅎ 누구신가 했더니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항상 예를들어 보여주는 블로그의 주인장이셨군요. 제 블로그를 어떻게 찾아 방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셔서 댓글까지 남겨주시궁… ^^ (전 경영대학원의 학생입니다)

    “Here comes everybody”어제서야 한번 다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중간 부분에 어렵더라구요. 디그의 예는 책 후반부에 나오는데 테마가 멋지더라구여.. “만약 저희가 진다면, 빌어먹을, 그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최소한 시도는 해 보다 죽는 거니까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만약 디그를 접으면 당장 실업자가되고 먹고 살기 막막한 상황이면 어쪄죠? 디그가 하던 사업의 마지막에 안타한번 친거라면 어쪄죠? 디그를 망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길거리에 나앉으면 또 어쪄죠? 디그를 접으면 마누라와 애들은 어케 보살피죠? 디그를 접으면 노부모는 어케 모시죠? 디그를 접으면 같이 꿈을 불사르던 직원들은 어디로가죠?

    대한민국의 사업자는 이런저런 쓸데 없는 걱정이 너무 많고 사회적 인식도 쉽지 않고 특히 기관에 찍히면 갈데엄는데(평생 머하기 어렵죠) 이래도 저런 결정이 쉬울까요? “두고 두고 고민해볼 문제인것 같습니다.”

    1. 앗!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 잘부탁드립니다.

      저도 사실 저런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내’가 힘들어지는 것보다는 ‘딸린 식구들(직원과 가족)’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 혼자 고생하는거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어지니까요. 대한민국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결정하기 힘들어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도나 힘에 응하며 사는것이 아니겠습니까 ^^
      제가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글에는 표현 안되어있는 어떤 가정에 기반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케빈로즈의 저 말이 ‘조직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로서 케빈로즈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Digg.com의 결정이다’ 라는 가정입니다. 현실은 어렵지만 조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인 비전과, 존재의 이유인 미션에 비추어서 스스로를 설득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설득했을거라는 것이죠 ^^;(이왕이면 좋게좋게 ^^). 물론 그렇지 않고 혼자 기분에 결정하고 발설한것 이라면 이상주의자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쿨럭 .. 교수님께서 제 블로그를 수업용으로(? ^^) 사용하셨군요. 최근 몇달 완전 방치상태였는데 ㅠ,.ㅠ

    2. ㅎㅎ 너무 심각하시군요. 전 그냥 현실이 우리에서 책임을 너무 강요하는것이 우리가 자의적으로 행동하는걸 너무 방해하는건 아닐까 해서 두털거린겁니다. ^^ 저야 말로 잘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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