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해고했다: 텅 빈 홈 화면이 돌려준 것들

종종 만나는 지인이 뉴스를 끊기 위해 유튜브 시청 기록을 껐다며 자신의 유튜브 화면을 보여줬다.

텅 빈 유튜브 홈 화면

책 <하이퍼 포커스>에 ‘오토파일럿 모드’라는 개념이 나온다. 별다른 의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행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무의식적인 습관에 끌려다니지 말아야지 다짐했었지만, 정작 최근 내 모습은 영락없는 오토파일럿 상태였다.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영상을 끊임없이 씹으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개선할 방법을 찾던 차에, 지인의 팁은 아주 시기적절한 자극이 되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유튜브 설정을 건드렸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고요함에 꽤 만족하고 있다.

이 글은 그 ‘단절’에 대한 기록이다.

1. 도파민 수도꼭지가 잠겼다

시청 기록을 끄면 일어나는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홈 화면’이다. 평소라면 내 취향을 저격하는 썸네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화면이, 마치 갓 포맷한 컴퓨터처럼 텅 비어버린다. 검색창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그 화면은 처음엔 생경했지만, 곧 기묘한 해방감을 줬다.

가장 큰 수확은 ‘쇼츠(Shorts)’의 소멸이다. 사실 이게 진짜 문제였다. 1분도 안 되는 영상들을 무의식적으로 넘기다 보면 한두 시간은 우습게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기록을 끄니 쇼츠 탭이 아예 활성화되지 않거나 추천 영상이 뜨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디지털 마약이나 다름없던 도파민 수도꼭지를 잠그게 된 셈이다.

2. ‘검색하는 인간’으로의 회귀

알고리즘이 사라지니 유튜브 이용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동적인 시청자에서 능동적인 탐험가로 변했다.

첫째, ‘팔로우(구독)’ 탭의 부활이다. 이전에는 메인 화면의 자극적인 추천 영상에 밀려, 내가 진짜 좋아서 구독했던 채널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 이제는 구독 탭을 직접 눌러서 확인한다. 덕분에 잊고 있던, 깊이 있고 영양가 있는 영상들을 다시 챙겨보게 됐다.

둘째, 좋은 소스를 찾아 나서는 ‘고독한 미식가’가 됐다. 눈앞에 차려진 밥상(추천 목록)이 없으니, 내가 먹고 싶은 걸 직접 찾아야 한다. 키워드를 검색하고, 신뢰할 만한 채널을 선별한다. 이 과정은 귀찮지만 건강하다.

물론, 가끔은 심심하다.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낄낄대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알고리즘이 우연히 선물해주던 ‘뜻밖의 인생 영상(Serendipity)’을 만나는 기쁨도 사라졌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았던 거래였다.

3. 플랫폼의 본질, 그리고 링크드인의 아쉬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바로 상품이다”라는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이 문장을 곱씹으며 깨달았다. 플랫폼은 나를 위해 영상을 추천한다고 말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를 더 오래 붙잡아두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이런 깨달음은 유튜브를 넘어 다른 소셜 미디어로도 확장 중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추천 피드를 최대한 배제하고, 내가 팔로우한 계정의 글만 소비하려 노력한다. 다행히 내가 쓰는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는 팔로우한 계정의 소식만 보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유독 링크드인만 그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서 좀 아쉽고 살짝 꺼려진다.

4. 불편함을 선택한 이유

유튜브 홈 화면은 텅 비었고, 다른 소셜 미디어 피드도 삭막하기 그지없다. 애초에 유머 계정이나 흥미 위주의 계정은 팔로우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노잼’의 상태다.

하지만 이 심심함이 나쁘지 않다. 제임스 클리어는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나쁜 습관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의지력으로 유혹을 이겨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의지력으로 버티기보다 환경을 바꾸는 쪽을 택했다. 알고리즘을 끄고 피드를 정리해서, 애초에 딴짓할 거리를 눈앞에서 치워버린 것이다.

편리함이 주는 달콤함 대신, 불편함이 주는 주도권을 선택한 결과는 꽤 만족스럽다. 심심해서 못 견딜 것 같지만, 의외로 꽤 살 만하다. 오히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는, 밀도 있는 재미가 생겼다.

혹시 나처럼 스마트폰을 보며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의지를 탓하지 말고 일단 ‘설정’부터 바꿔보길 권한다. 텅 빈 화면이 주는 고요함이 생각보다 꽤 근사하니까.

참고: 유튜브 알고리즘 끄는 방법

PC 에서
  1. 내 활동으로 이동합니다.
  2. Google 계정에 로그인합니다.
  3. 왼쪽 사이드바에서 설정  탭을 클릭합니다.
  4. 사용 중지를 선택합니다.
모바일에서
  1. 프로필 사진 을 탭합니다.
  2. 설정 다음 전체 기록 관리를 탭합니다.
  3. 제어 탭을 탭합니다.
  4. ‘시청한 YouTube 동영상 포함’을 선택 해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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