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헬스장 런닝 머신에서 달리기를 했다. 런닝 머신이 제대로 고정이 안되어 있었는지 걸을 때는 별로 티가 별로 나지 않았는데 달리기 시작하니 발을 딛을 때 마다 런닝 머신이 뒤뚱뒤뚱 거리고 큰소리가 났다. 새벽이라 런닝 머신에서 달리는 사람도 적어서 좀 민망했다. 민망해도 어쩌랴 운동은 해야지.
달리다 문득 자세에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세도 신경쓰고 케이던스를 높였다. 그랬더니 런닝 머신의 뒤뚱거림도, 발을 구를 때 나던 큰 소리도 많이 잦아들었다.
소리가 잦아드니 덜 민망함해졌다. 그런데 조금 더 뛰다보니 소리만 줄어든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런닝 머신의 뒤뚱거림과 소음은 런닝 머신이 그만큼 많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런닝 머신이 많은 충격을 받았다는 건 내 몸에도 데미지가 많이 쌓이고 있다는 걸 뜻했다. 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자세를 바꿔 다행이지 저 데미지를 몇 십분간 받았을걸 생각하면 아찔하다.
달리기에서 케이던스는 분당 발구름 수를 의미한다. 초보 러너는 120 정도의 케이던스로 뛴다고 하고 잘 뛰는 사람들은 180 정도의 케이던스로 뛴다고 한다. 180이면 1초에 3번 발을 굴러야 한다. 자연스럽게 뛸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는 아니고 어느 정도 의식하고 뛰어야 가능한 수치이다. 물론 케이던스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180으로 뛰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케이던스가 어느 정도 높은 것이 낮은 것보다는 좋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케이던스가 높으면 좋은 이유
케이던스를 높이면 부상의 위험이 줄고, 자세가 좋아진다. 달리기 초보자들이 무릎을 다치는 주된 이유는 뒷꿈치로 딛기 때문이다. 발을 더 자주 구르려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뒷꿈치 착지를 안하게 된다.
달리기를 할 때 발을 턱턱 구르는 건 마치 브레이크를 잡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지면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에너지를 잃게 된다. 케이던스를 높이면 발바닥의 지면 접촉 시간이 줄어들고 에너지 유실이 적어진다.
이 영상은 케이던스를 주제로 한 영상은 아니지만 발바닥이 지면에 오래 머무를 때 에너지를 잃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케이던스를 높여 달리는 방법
그렇다면 케이던스를 올려서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금 의외겠지만 팔을 더 빠르게 움직여주면 된다. 팔이 움직이면 다리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그 방법과 원리는 아래 영상에 잘 나와있으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은 참고하자.
우연히 잘 고정되어 있지 않은 런닝 머신에서 뛴 덕분에 케이던스가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더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아프기 전까지 나쁜 자세로 뛰고 있는 걸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프기 시작하면 달리기를 하기 힘들어지므로 자세를 교정하기 좋은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자신의 케이던스를 의식하고 달리면 무릎 부상을 예방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달리기 자세가 교정되고 더 효율적인 달리기를 하게 되는 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