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스터디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북큐브 전자도서관에서 박완서 단편소설전집 6권 ‘그 여자네 집’을 빌렸다. 오늘 길에 첫번째 단편 소설인 마른꽃을 읽으며 왔는데, 집에 올 때 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책을 10분만 읽어도 졸리고, 집중이 흐트러지는데 신기한 기분이었다.
소설에 정욕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사전을 찾아보니 성욕은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이고 정욕은 ‘이성의 육체에 대한 성적 욕망’이라고 한다. 나도 앞으로 성욕 대신 정욕이라는 표현을 쓸까 한다. 같은 말은 아니고 성욕이 정욕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걍 뭔가 왠지 고급스럽잖아.
주인공은 미국으로 떠나면서 정말로 아무런 미련도 없었을까? 아무리 노년의 감정이라고 하지만 정욕이 안느껴지는 상대에게 설레일 수도 있을까? 배우자가 죽을 때 배우자의 묘 옆에 자신의 묘도 미리 만들어 놓았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고 또 관계가 진전되기까지 하면 진짜 어떤 기분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도 좀 찾아보고 싶어졌다.
누구든 창작자와 유통자가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시스템을 만들어 전자책과 전자책도서관을 활성화 시켜줬으면 좋겠다. 지하철에서 책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책을 구해서 읽는 건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다. 책이 읽고 싶을 때 어떤 책이든 바로 구해서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정말 좋겠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불가능하지 않다. 비즈니스의 문제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