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새로운 형태의 행동방식을 요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혹은 기술)가 종이와 펜을 대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의해 완전 대체까진 아니더라도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모 등 필기에 있어
기존 인류에게 익숙한 종이와 펜의 ‘휴대’할 수 있고 ‘즉시’, ‘자유로운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을 현존하는 기술이 아직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wired 컴퓨터는 더더욱 그렇구요.
PDA가 이와 같은 기능을 제공할 유망주로 기대되었으나, ‘자유로운 방식으로(기존의 펜으로 필기하는 방식)’을 100% 구현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점점 인식률이 좋아지고 있으니 재기의 시간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PDA등 디지털 기기를 통한 메모의 확산에 있어 또다른 예상되는 문제 하나는 기술적인 것이 아닌 인식적인 것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써본 PDA의 필기 인식률은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당시 사람들이 항상 물어보는게 ‘야 그걸로 무슨 메모를 한다고 그러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PDA에 입력하는 방법을 1) 스타일러스로 화면상의 키보드를 콕콕 찍어가며 입력한다 2) 키패드(휴대전화 모양의 PDA였습니다)로 휴대전화 문자 쓰듯이 한다, 정도로 인식하고 필기 인식은 아예 아웃오브안중이었던 거죠. 필기 인식률은 당연히 형편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던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PDA 화면에 대고 슥슥 글씨를 써서 보여주면 다들 놀라곤 했죠. 마찬가지로 기술이 개선되는 속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것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필기/메모의 확산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읽기와 보관에 있어
종이없는 사무실을 지향해왔지만 종이가 더많은 사무실이 되었다고들 하죠. 이 역시 기존의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인식에 크게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선브로드밴드의 확대가 실제 종이에 의한 미디어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셀렌(Sellen)과 하퍼(Harper)의 “종이없는 사무실 신화(The Myth of the Paperless Office)”에서 줄어들지 않는 종이 소비의 이유를
첫째,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좋은 정보는 프린트 해놓아야 자기 것이 된다는 인식이 아직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논문이나 뉴스기사를 찾으면 프린트해서 보관하는 여러분 자신을 생각해보라.
둘째, 저렴한 비용으로 전송과 출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1장 출력해서 10장 복사하고 10명에게 배분하면 끝났으나,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한계전송비용이 0이기 때문에 10명+a에게 보내게 되고, 프린트 비용이 저렴하니까 이는 다시 10+a+b장으로 출력된다– 출처: Nori_imedia 블로그 “종이와 펜은 언제 없어질까?”
라고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가 바로 기존 생활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저자가 지적한 ‘좋은 논문이나 뉴스기사를 찾으면 프린트해서 보관하는 여러분 자신을 생각해보라.’가 어떤면에선 앞으로 벌어질 변화에 대한 재미있는 힌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저술되었던 시점(2001) 근처인 2000년에는 저도 교내 경영학 동아리에서 ‘스크랩부’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하는 활동이냐면 신문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를 각자 스크랩해와서 토론하는 것이었죠. 매우 유익한 활동이었습니다만 요즘엔 행동방식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나 정보를 발견하면 네이트통(tong.nate.com)이나 딜리셔스(Del.icio.us)를 이용해 저장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이외에도 발견한 좋은 정보를 저장하고 나누는 방법은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믹시(Mixsh.com)라던가 올블로그(allblog.net) 등이 그러하고 해외에는 Digg.com 등이 유명하죠. 물론 이러한 서비스들 역시 아직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활용도가 많지 않습니다만 점차 확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편리하고 유용하기 때문이죠.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더이상은 좋은 정보를 프린트해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검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종이로 뽑아놓으면 찾는게 더 골치아프거든요. 이러한 경험들에 비춰보면 종이소비가 줄지 않는 이유의 전제인 생활양식 자체가 변화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PDA, UMPC, E-Book Reader, NetBook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진화는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선네트워크 기능이 추가된 E-Book Reader의 출현과 UMPC, NetBook 의 가격하락(5~60만원대)은 고무적인데, 여기에 무선브로드밴드만 더 보급되면(더 넓은 커버리지 + 가격하락) wired PC 에서 익혀진 새로운 생활습관인 북마킹 및 펌과 결합하여 기존의 종이 소비 양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간단히 쓸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은근 길어져버렸군요. ㅠ,.ㅠ
결론(및 요약)
입력 기술의 발전 (eg, 필기 인식률 향상, Voice to Text 변환 등)
입력 기술 발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 향상
무선 브로드밴드 확장 및 가격하락
의 세가지 요소가 갖춰지면 종이 소비(노트나 메모 필기나 자료 관리에 있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없어지진 않을듯 ^^)
PS. 노리 imedia 블로그의 ‘종이와 펜은 언제 없어질까?’ 라는 포스트에 대한 트랙백으로서 작성한 글인데, 마땅한 제목이 생각안나서 표절했스빈다 ㅠ,.ㅠ
좀 다른 내용이긴 한데…
읽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몇가지 이야기들이… 있네요…
구글의 후원을 받는 한 대학에서(죄송합니다. 대학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아이비리그 중 하나였던거 같습니다.) 교수가 필기하는 모든 내용을 데이타베이스화 한다는 프로젝트를 본 기억이 나네요.
실제 내년에 상용화 된다던 교재 프로젝트는…
대학 강의에 쓰이는 모든 교재를 데이타베이스화해서 교수가 원하는 양식으로 교재를 만들고
그 전자 교재가 학기 시작할 때 학생들이 보다 싼 가격에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게 한다고 하네요.
마치 아이튠즈처럼…
수백만권의 책 중에서(가수의 앨범에서) 원하는 부분(원하는 곡만을)만을 뽑아 강의 교재(플레이 리스트)를 만든다는… 그런 시대에 이제 우리가 살고 있네요.
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전자교과서, 전자교재 시장이 조만간 크게 시장을 형성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전자책 시장은 전자교과서를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구요. ^^
전자책의 필기나 메모를 공유하는 서비스와 이를 가능케 하는 전자책리더(물론, 아이튠즈처럼 컨텐트(책)도 다운로드 가능하고, 모든 서비스는 정식 판매된 컨텐트 상에서 이뤄지므로 정식 구매를 촉진!)가 작년에 창업대회에 가지고 나갔던 아이템인데 ^^; ㅎㅎ 낙방해버렸습니다
구글의 아이디어도 재밋네요. 교수님이 필기하는게(판서라는 의미겠지요?) 교재로 출판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필기할 필요가 없고 ㅎㅎ 근데 한가지 문제는 요즘 학교에서 이뤄지는 강의들을 보면 거의다 파워포인트로 미리 다 강의노트를 작성해와서 강의하시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필기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런지는 좀..^^
세상에 그런 멋진 아이디어를 킬하다니… 심사위원들이 전날 과음을 한게 틀림없네요 ㅡ.ㅡ
아핫~ 부끄럽네요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