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체력을 위한 달리기 처방전(이슬기, 한미출판)을 읽고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지 40일이 지났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천천히 달리기를 했다. 체력이 엄청나게 좋아지거나 살이 엄청나게 빠지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얻은 것들이 없지 않다.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1. 힘들게 운동해야 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라는 깨달음
이것은 나머지 두 변화의 근간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나에게 운동이란 온몸이 땀에 젖고, 숨이 차고, 근육통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엔 이미 힘들지 않은 운동도 있었다. 책에 나오는 천천히 달리기를 통한 프로 축구팀의 체력 개선 사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알고 나니 저강도 운동이 눈에 많이 띄인다. 아래는 최근 아주 재밋게 본 EBS 다이어트 영상인데, 약 2주간 진행되는 다이어트의 운동 프로그램을 아주 저강도로 짜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천천히 달리기를 어느 정도 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싶어 평이 좋은 런데이 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쓰다보니 LSD 훈련이라는게 나오길래 뭐지 했는데, Long Slow Distance 즉 천천히 달리기였다.
이 마음은 달리기를 하는 도중에도 도움이 되었다. 뛰다 보면 힘들어서 속도가 느려지곤 한다. 그럴때면 예전엔 이래가지고 이거 운동되겠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속도를 줄인다. 왜냐하면 나를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힘들게 하지 않아도 운동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2. 운동하러 나가고 싶은 마음
꾸준한 운동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운동하러 나가기 싫은 마음이다. 여러가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의식하기 어려웠지만 아마도 ‘힘들거야’ 라는 마음이 온갖 핑계를 만들어 냈던 것 같다.
천천히 달리기를 하고 나서는 운동하러 나가는 심리적인 장벽이 무지 낮아졌다. ‘힘든 건 없다. 시간만 내면 된다.’ 라는 생각이 꾸준히 하는데 엄청 도움이 됐다.
최근 며칠은 회사일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운동을 나가지 못했었다. 그랬더니 좀이 쑤시고 근질근질한 게 마치 운동 중독에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참 신기하고 긍정적인 변화라 놀랐다.
3. 자신감과 정체성 변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에서는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한 후 큰 심리적 저항 없이,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라 성급할 수 있지만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야’ 라고 스스로 진심으로 믿게 되었다.
천천히 달리기는 천천히 달리는 대신 오랜 시간을 쉬지 않고 뛰라는 조건이 붙는다. 천천히 달리기 첫 날 부터 1 시간식 달렸다. 그 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그 전엔 20분 간 하는 조깅도 걷다 뛰다를 반복하곤 했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뛰었다는 사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사람이다’ 라는 이미지는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속도만 줄이면 언제는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이제는 자신있게 속도를 높인다. 물론 아직 운동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된 상황은 아니라 빨리 뛴 다고 한들 그리 빠르진 않다. 하지만 이대로 꾸준히 하다보면 속도도 충분히 빨라지겠지.
마치며
‘천천히 달려도 운동이 된다’는 생각 변화 하나가 내게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잘 실천이 안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천천히 달리기로 시작해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참고로 천천히 달리기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리다. 운동을 거의 안 하던 40대의 경우 심장박동 100~110 사이, 시속 3~4km 가 권장되는데 아래 영상이 시속 3.5km 정도 속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