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이 책의 핵심은 표지에 간단히 요약되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세계적 석학 캐럴 드웩 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단순하지만 아주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마인드셋(마음가짐)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육, 비즈니스, 스포츠, 예술을 비롯한 인생 모든 분야에서의 성공이, 우리가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의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보여준다. 이른바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 즉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 즉 ‘능력은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확연히 낮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단순하고 뻔해 보이는 차이가 낳는 결과의 엄청난 간극을 자녀 양육·교육·직장 생활·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례를 통해 확인시켜 준 후,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알려준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굳이 300쪽이 넘는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그랬다.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는 뻔한 책이라며 스윽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에서 이소영님이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안 읽지 않았을까. 예전의 나와 같은 분이라면 책에 나오는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9살 엘리자베스는 첫 체조경기 출전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키가 크고 유연하며 활기가 넘치는 이 아이는 체조와 잘 어울렸고, 엘리자베스도 체조를 즐겼지요. 물론 경쟁해야 한다는 데 약간 긴장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했습니다. 심지어 우승 리본을 방 어디에 매달아야 좋을지까지 미리 생각해두고 있었으니까요.
첫 종목인 마루 운동에 엘리자베스가 가장 먼저 나섰습니다. 나름 연기를 잘했지만, 다른 아이들에 순위가 밀려 패하고 말았죠. 다른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나 우승하기에는 모자랐습니다. 모든 종목이 끝난 뒤 엘리자베스는 아무 리본도 받지 못했고 절망에 빠졌지요.
만약 당신이 엘리자베스의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 “내 생각엔 네가 최고야”라고 말한다.
- “네가 받아야 마땅한 우승 리본을 도둑맞았어”라고 말한다.
- “체조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위로한다.
- “너는 재능이 있으니 다음엔 반드시 우승할 거야”라고 말한다.
- “넌 우승할 자격이 없었어”라고 말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부모라면 5번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맞추었는가? 나는 틀렸었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긴 했지만 여전히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5번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은 일견 구분이 쉬워보이지만 실제 상황에 대입해보면 의외로 어렵다.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사례들이 둘을 구분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한 참가자는 “좋은건 다 성장 마인드셋에 붙이고, 나쁜건 다 고정 마인드셋에 붙인거 같아요. 모든 현상을 성장-고정 마인드셋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저자의 편을 들을 들었다. 성장-고정 마인드셋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긴 했지만 모든 이야기에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성장-고정 마인드셋에 따른 결과 차이를 발견한 후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지를 실험했다고 봤다. 십수년 간의 연구실 논문 모음을 대중서로 풀어냈달까?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부지불식간에 여러 부분에서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나도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다!
참,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나 리더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능을 칭찬하지 말고, 과정을 칭찬해라’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게 왜 필요한지, 재능을 칭찬하면 어떤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하는지, 근거가 무언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