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을 지키는 방법

하이퍼포커스. 서문을 읽을 때 까지만 해도 좋은 책일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첫인상과 달리 꽤 얻을 게 많은 책이었다. 즉각적으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관점과 실천거리를 던져주었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자동 조종 모드 (Auto-pilot mode)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자동 조종 모드” 이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나는 삶의 많은 시간을 자동 조종 모드로 살고 있었다. 자료를 찾으러 포털에 갔다가 정신차려보니 한 시간째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거나, 볼게 있어서 유튜브를 켰다가 숏츠만 몇시간씩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자동 조종 모드로 산다는 건 이런 걸 뜻한다고 보면 된다. 알림을 받고 소셜 미디어 앱에 들어갔다가 자극적인 컨텐츠에 빨려들어가거나 이메일 알림을 받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손을 댄다던가 하는 것들도 다 포함된다.

생산성은 자동 조종 모드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움직일 때 올라간다. 따라서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수시로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시 정각에 울리는 알람을 설정해두고 내가 집중하고 있는 상태인지 자동 조종 모드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의 주의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미리 치워둬야 한다.

하이퍼포커스

하이퍼 포커스를 한 줄로 정리하면 “중요하고 복잡한 집중 대상 하나를 정해 의식하며 일하기” 이다. 책 반 권을 한 줄로 줄인 것이니 단어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다. 이 중 ‘의식하며’가 바로 앞서 이야기한 부분에 해당한다.

이 책은 ‘집중’만이 좋은 것이고 나머진 다 죄악이야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진 않는다. 이를테면 집중하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즐기라고 한다. 물론 마냥 카톡하고 놀라는 얘기는 아니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이런 종류의 주의력 상실은 즐겁게 받아들이고 빨리 집중 상태로 돌아오자는 얘기다.

관련해서 저자가 제시한 일의 분류는 꼭 소개하고 싶다. 우선 일은 생산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매력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이중 매력적이지만 생산적이지 않은 것들을 주의를 빼앗는 일이라고 한다.

주의를 빼앗는 일은 다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성가신것과 재밋는 것으로 나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미리 조치해놓고, 통제할 수 없되 성가신건 처리 후 복귀, 재밋는건 즐긴다. 앞서 언급한 사랑하는 사람의 메시지가 여기에 속한다.

생산적이지 않지만 매력적인 주의를 끄는 일 중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조치해서 예방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빼앗긴 후에는 최대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캐터포커스

앞서 하이퍼포커스를 한 줄로 정리한 문장을 소개할 때 책 반 권을 압축했다고 했다. 나머지 반은 스캐터 포커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캐터 포커스 개념도 무척 유익하다. 스캐터 포커스는 마음을 의도적으로 방황하게 두는 것이다. 외부 자극에 휩쓸려 자동 조종 모드로 있는 것과는 다르다. 스캐터 포커스도 일종의 집중 상태이다. 하이퍼포커스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스캐터 포커스는 방황하는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종이와 펜을 들고 관찰한 것들을 메모로 남겨 활용한다.

스캐터포커스는 창의적인 작업에 도움이 된다. 창의성, 통찰은 생각지 못한 관계가 형성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는 대학때 매일 발명을 했는데 이때 활용한 방법이 여러개의 단어 카드를 무작위로 조합하는 것이었다. 구글과 애플은 직원들이 더 자주 우연히 마주칠 수 있도록 사무실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마음을 방황하게 두고 관찰하면 두뇌의 신비로운 능력이 생각과 생각, 기억과 기억을 연결하며 창의적인 생각과 통찰을 얻는다고 한다.

나의 생각들을 규격화된 메모지로 옮겨두고 기존 생각들이 새로운 생각들과 끊임 없이 만날 수 있게 하는 제텔카스텐과도 닮은 점이 있어 흥미롭다. 아니 제텔카스텐이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방해 물리화 한 것이라 보는 편이 맞으려나?

집중력은 특성이 아닌 자원

이 책에 나온 또 하나의 유익한 관점은 집중력이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자원이라는 것이다. 한정된 양이 있고 쓰고 나면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이왕 소진되는 집중력을 중요한 일에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또한 하루 종일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하고 질 좋은 휴식도 중요하게 여기게 한다.

마치며

내가 읽은 구간의 부제는 “효율성 제로에서 에이스가 되는 집중의 기술”이고 “습관적 몰입”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 된 책의 부제는 “삶을 낭비하지 않는 초집중의 기술” 이다. 나는 원서의 부제인 “How to manage your attention in a world of distraction”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집중을 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기 보단 나의 주의력을 뺏어가는게 도처에 널린 이 세상에서 주의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중하는 기술이라는 좁은 영역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현대의 삶 전체를 관리하는 지혜를 얻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논거가 부족한 부분이 여기저기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역효과가 난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언급한 연구들에 대한 근거 자료를 인용하지 않아서 신뢰도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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