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를 읽고

치즈님이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골든래빗 출판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를 읽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역시 혼자 읽는 것보다 읽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하니 훨씬 재미있었다.

책은 라이엇게임즈의 탄생과 성공 과정을 ‘플레이어 중심주의’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고객 집착으로 잘 알려진 아마존의 게임 회사 버전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책에서도 몇 번 아마존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두 창업자는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는데 게임 회사들이 돈을 벌고 나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버는데만 관심이 있는게 아쉬웠다고 한다. 자신들과 같은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도 좋지만 즐겨하던 게임을 더 오래 즐기고 싶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를 만들 때 플레이어(기존 고객)가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하는 걸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설정하고 이를 10년 이상 실천한다. 미션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 사례를 잘 보여준다. 미션의 위력과 언행일치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문을 남겨본다.

마크와 브랜든은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고 엔젤 투자자로부터 150만 달러 투자를 조달햇거 2006년 연말에 회사를 공식적으로 설립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에 들어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48p

얼마나 잘(부자라는 뜻이 아니고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서) 살았길래 시제품도 개발자도 없이 가족, 친구, 엔젤투자자에게 첫사업에 150만 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을까? 망해도 너 혼자 망해야지 가족들까지 망하게 하면 안된다(서운하지만 맞는 말이다)며 거절당했던 내 입장에선 참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당시 인터네셔널 부사장 니콜로에게 보고했다. “이만큼의 성과를 냈고 이만큼의 캐시가 쌓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잘했고, 잘했는데 다시 투자해요.” 마케팅에도 쓰고 e스포츠에도 쓰고 플레이 행사에도 쓰고 문화상품 머천다이징도 하고 PC방 프로모션도 하라고 했다. 직원 월급과 보너스만 남기고 플레이어에게 다 투자하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돈이 없어 못했는데, 이제 돈을 벌었으니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게 맞다는 얘기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85p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창업자도 아닌 관리자가 회사의 미션이 완전히 체화되서 저렇게 말할 수 있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니.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회사는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포럼 글과 댓글을 다 일고, 이에 대해 팀원들과 토론한다. 개발팀과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전사가 다 그런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86p

이것도 회사가 시간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각자 자기 일이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다는건 회사가 우선순위를 높여준 덕분이다. 물론 사장이 느낀 것과 실무자가 느낌 게 다를 수 있다. 저자는 전사 직원이 포럼과 댓글을 봤다고 느꼈겠지만 바쁜 직원들은 못 봤을지도 ㅎㅎ

후속 조치가 좀 남달랐다. (중략)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담당자를 당연히 해고하겠지만, 우리는 계속 투명하게 일할 거고 여러분을 믿으니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따라서 예전처럼 임파워워먼트를 계속할 것이며, 이번 일로 담당자 권한을 막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90p

이건 좀 고민되는 부분이다. 나라면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했을거 같은데 정말로 이런식으로 드리마틱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빠르게 성장할 때는 효율보다 효과를 중시하고,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효율을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96p

아주 인상적인 의사결정 방식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효과 위주로 대처해왔는데, 아무래도 계속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연 효율을 중시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ㅎㅎ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를 수평적인 경영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근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뼛속에 아직 수직적인 경향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중략) 이 정도 행사면 직원용으로 좌석을 따로 빼놓기는 하는데, 앞쪽 자리는 당연히 팬들의 것이다. 플레이어를 위한 행사이므로 플레이어에게 좋은 자리를 배정하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101p

이건 나도 저자처럼 은연중에 임원, 고위 공무원, 연예인 등이 앞자리를 차지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거 같다. 반성!

재무, 인사, 로컬라이제이션, QA, 마케팅, 운영, e스포츠, 인프라, 웹, 대외 관리, 기술, PC방 대응, 홍보 등 최소 25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입사한 일주일 후 한 명이 더 합류했으니 당시 5명인 상태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 119p

이런 사람이 사장이 되는거구나 싶었다.

265p 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어 포커스 챕터는 전체가 좋았다. 옛날 노드스트롬 생각도 나고. 경영서를 자주 보던 과거에는 이런 내용들을 자주 봤는데, 오랜만에 보니 더 설레고 좋았다.

2 comments

  1. 현석님과 책모임에서 이야기 나눠 즐거웠어요.

    작성한 글에서 인상 남은 구문들 대부분이 저도 밑줄 친 구문이라 신기했어요. 특히, 문제를 일으킨 직원 사건 이후 재발방지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점에 의문을 가진 것에 저도 궁금했어요. 비효율을 주는 감사 절차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자동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글 잘 읽었어요. 나중에 책모임에서 또 만나길 기대할께요.

    1.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블로그에 올려주신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
      줄친 곳이 비슷했다니 신기하네요 ㅎㅎ

      댓글 달아주신 것 덕에 메모 남겨둔 것과 원문도 다시 읽다보니 문득 권한을 막거나 절차를 추가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은 도입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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